... 레몬차가 식을 무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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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루담의기록/감성에세이

레몬차가 식을 무렵3

by midaswiz 2025. 6. 29.

우산을 다시 쓴 어느 날

비는 또 내리고 있었다.
그녀와 마주한 날처럼,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였다.

나는 우산을 쓰고
무심코 충장로 골목을 걷고 있었다.
활주로 근처를 지날 땐
늘 그렇듯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녀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예전처럼 레몬차를 앞에 두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벨이 울리고,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우산… 이번엔 제가 먼저 가져왔어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 앞에 조심스레 앉았다.

그녀가 내민 건 한 장의 쪽지.
그리고 그날 틀어진 노래.

"You Needed Me – Anne Murray"

 

[[노래 줄거리 요약 – You Needed Me]

“You Needed Me”는 한없이 부족했던 자신을 조건 없이 받아준 사랑에 대한 고백입니다.
삶이 무너져 내릴 때, 세상이 등을 돌릴 때, 그녀는 조용히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그 따뜻한 헌신 앞에,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 노래는 말합니다.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날 필요로 해줬기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음악을 들었다.
우산은 이미 말라 있었고,
레몬차는 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