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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루담의기록/우연의기록9

나는 더 이상 불꽃은 아니지만 나는 더 이상 불꽃은 아니지만, 여전히 뜨겁다 문득 거울을 보다가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내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예전처럼 번쩍번쩍 빛나지는 않지만, 대신 깊고 고요한 빛을 품고 있다는 것을. 나는 더 이상 불꽃은 아니지만, 여전히 뜨겁다.젊은 날, 나는 불꽃이었다 20대의 나는 완전한 불꽃이었다. 한 번에 활활 타오르며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였다. 새로운 일에 뛰어들 때면 밤을 새워가며 몰입했고, 열정이 넘쳐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뜨거워졌다. 그때는 강렬함이 전부였다. 조용히 하는 건 재미없었고, 뜨겁게 하는 건 뭐든 좋았다. 사랑도 격렬했고, 화도 격렬했다. 웃을 때는 온 세상이 들릴 정도로 웃었고, 울 때는 온 세상이 무너질 듯 울었다.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하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2025. 7. 8.
젊은날의 실수들 젊은 날의 실수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이 있다.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일들이 지금은 무모했던 추억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젊은 날 너무 패기가 넘쳐서 저질렀던 실수들을 돌아보며, 이제는 웃으며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첫 번째 실수: 세상을 너무 쉽게 봤다 20대의 나는 완전한 전차였다. "안 되면 말고!" 이런 마음으로 무엇이든 일단 시작했다.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며칠 만에 사업자 등록을 했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다음 날 학원에 등록했다. 그때는 모든 게 가능할 것 같았다. 밤새워 일해도 체력이 넘쳤고, 실패해도 "다음엔 잘하지 뭐!"라며 금세 털어버렸다. 리스크?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일단 부딪혀보.. 2025. 7. 8.
그때 그랬더라면 안녕,20대의 나야.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네가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과는 조금 다를 거야. 하지만 그것이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주고 싶어.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넌 지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고 있겠지.취업 준비, 연애, 인간관계, 심지어 취미생활까지도. 하지만 완벽함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실수해도 괜찮고, 때로는 실패해도 괜찮아. 그런 경험들이 오히려 너를 더 단단하게만들어줄 거야. 그 시험에서 떨어져도, 면접에서 버벅거려도, 좋아하는 사람에게차여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너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거야.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라 네가 지금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일 .. 2025. 7. 8.
레몬차가 식을 무렵 레몬차가 식을 무렵활주로.그곳은 다방도 아니고, 클럽도 아니고,단지 우리만의 밤이 시작되는 작은 음악감상실이었다.조명은 어둡고, 음악은 생이었다.All for the Love of a Girl, Dancing Queen,그리고 누군가 쪽지에 적어낸 “한송이 꿈.”그녀는 조용히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내가 시킨 레몬차는 김을 조금만 피우고금세 그녀의 손에 닿았다.우리는 말이 없었다.하지만 음악이 말했다.“지금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익숙한 멜로디가 흐르면, 모두가 알았다.이제 밤은 끝이라는 걸.그리고, 그 밤이 끝나기 전나는 그녀에게 말했다.“또 올 거지?”그녀는 대답 대신, 내 레몬차 잔에 설탕 하나를 더 넣어주었다. 2025. 6. 28.
비 오는 날엔, 우리가 이야기한다 3편. 창가에 앉은 노인지리산 아래,작은 식당 안 창가 자리엔 늘같은 자리에 앉는 어르신이 있다.비가 오는 날이면혼자 와서 온소바를 시킨다.그리고는 말없이 창밖을 본다.젓가락을 들지 않고,국물도 식은 채로잠깐, 아니 꽤 오래. “비 오는 날은, 사람이 말이 없어져.”주인 아줌마가 그렇게 말했다.“말을 해봐야,다 젖어버리는 거 같아서 그랬을까.”아무도 묻지 않았는데아줌마는 그렇게 중얼거렸다.그러곤 한참 있다가 슬쩍 덧붙인다.“그 양반… 젊을 땐 엄청 수다스러웠거든.” 창밖엔 빗물이 처마 끝에서 똑똑 떨어지고누군가는 묵묵히 그것만 바라본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묻지도 않은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사람은 왜, 늙어갈수록 조용해질까? 그날,노인은 식지 않은 국물 한 숟갈을천천히 떠올렸다.그때 문득그의 입꼬리가 아.. 2025. 6. 26.
비 오는 날엔, 우리가 이야기한다 1편. 할머니의 우산비 오는 날엔우산보다 먼저손등부터 내밀어보는 사람이 있다.“어디 보자, 많이 오는갑다.”그건 우리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손바닥이 아니라, 늘 손등을 먼저 내밀었다.그리고는 고개를 조금 기울이고,내가 들고 있는 우산을 한번 훑어보신다.“이건 비 많이 새겠다잉.”비가 새는 건 우산이었지만,그 말은 꼭내 삶 어딘가가 허술한 것 같아서괜히 쭈뼛해졌다.비 오는 날엔사람들이 천천히 걷는다.그럴 땐할머니는 꼭 말을 건넨다.“요새 애들은 왜 그리 비를 피해 도망다니노.우산 쓴다고 다 안 젖는 것도 아닌데.”나는 그 말에 아무 말 못 했다.그러다 문득 든 생각.우리 할머니는,비 오는 날빗속을 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할머니가 나를 마지막으로우산 속에 감싸 안아줬던 날도,비가 왔다.그때도 할머니는 손등을.. 2025.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