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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루담의기록/감성에세이5

레몬차가 식을 무렵3 우산을 다시 쓴 어느 날비는 또 내리고 있었다.그녀와 마주한 날처럼,갑자기 쏟아진 장대비였다.나는 우산을 쓰고무심코 충장로 골목을 걷고 있었다.활주로 근처를 지날 땐늘 그렇듯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그날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그녀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예전처럼 레몬차를 앞에 두고,창밖을 보고 있었다.나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벨이 울리고,그녀가 고개를 돌렸다.“우산… 이번엔 제가 먼저 가져왔어요.”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그녀 앞에 조심스레 앉았다.그녀가 내민 건 한 장의 쪽지.그리고 그날 틀어진 노래."You Needed Me – Anne Murray" [[노래 줄거리 요약 – You Needed Me]“You Needed Me”는 한없이 부족했던 자신을 조건 없.. 2025. 6. 29.
레몬차가 식을 무렵2 『그녀가 남기고 간 쪽지』활주로에 다시 들어선 건그날로부터 정확히 일주일째 되는 밤이었다.창가 자리는 비어 있었다.레몬차의 김은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었지만그녀는 오지 않았다.나는 말없이 음악 쪽지를 적었다."한송이 꿈, 이수만."그리고 조용히 창가에 앉았다.음악이 흐르고,기억이 돌아오고,내 시선이 향한 곳에는테이블 유리 아래 슬쩍 끼워진 쪽지 한 장.“그날 고마웠어요.다음엔, 제가 우산을 가져갈게요.– 미정”그녀의 이름.그 짧은 인사에, 나는 웃고 말았다.그날 밤,나는 처음으로 활주로에서 레몬차를 다 마셨다.식기도 전에. 2025. 6. 29.
우산을 건넨 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산을 건넨 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가 왔다.1979년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쏟아지는 장대비 앞에서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하교길, 우산 하나 없던 그 날의 충장로는 아주 멀게만 느껴졌다.나는 아무 말 없이 그 비를 뚫고 뛰었다.상점까지, 물에 젖은 노트를 가슴에 품고.그리고 다시 그녀 앞에 섰을 땐, 나는 이미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우산을 내밀었다.그녀는 웃지 않았다.하지만 우산을 받았다.우리는 말없이 함께 걸었다.그리고 다음날, 나는 독감으로 입원했다.그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레몬차 한 잔을 놓고 갔다.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다음엔 내가 우산을 가져올게요.” 2025. 6. 28.
말을 버리지 못한 사람 말을 버리지 못한 사람어느 날 서랍을 정리하다가 잘 접힌 종이쪽지 하나를 꺼냈다. 펼치면 문장이 될까 봐, 괜히 조심스러웠다. 읽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건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한 말이었고, 어쩌면 나 자신에게 남긴 미안함이었는지도 모른다.우리는 그렇게, 말을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다 지난 일이면서도, 그때 하지 못한 한마디가 마음을 붙잡고 있다.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떠나도 된다고 말해주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늦었고, 미안하다는 말은 끝내 삼켰다.나는 오늘도 말 한 줄을 꺼내지 못한 채 서랍을 다시 닫았다. 그래도 괜찮다. 버리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니까.묵은 말들의 무게서랍 속 종이쪽지는 시간이 누렇.. 2025. 6. 27.
혼자 말하고, 혼자 듣는 날들 혼자 말하고, 혼자 듣는 날들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데, 속으로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날."괜찮다고 했잖아" "왜 아직도 그걸 생각해?" "그때 그냥 말했으면 됐는데…"머릿속은 수다스럽고, 마음은 조용하다. 누가 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나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혼자 말하고, 혼자 듣고, 혼자 감당한다.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정리가 된다. 누가 내 이야기를 받아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가 스스로를 조금씩 위로하고 있었던 거다.가장 솔직한 대화혼잣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솔직해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예의나 격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그저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말들을 그대로 내뱉으면 된다."아, 정말 짜증나네" "왜 그렇게 했을까.. 2025.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