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산이 울기 시작했다
백암그룹 본사, 지하 7층
서문 강은 보고서를 받아들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지리산 자락에서 강한 영적 반응 감지... 마고의 후계자 추정..."
"확실합니까?"
서문 강이 물었다.
"네, 백안주님. 검은 돌의 진동이 평소보다 3배 강해졌습니다."
연구소 팀장이 답했다.
"이 돌은 마고계의 봉인 해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요."
서문 강은 일어나 벽면의 지도를 바라봤다.
지리산 자락에 빨간 점이 찍혀 있었다.
"윤태화를 보내라. 그에게 '검은 돌'을 맡겨라."
"네, 백안주님."
서문 강의 눈에서 붉은 빛이 스쳐 지나갔다.
"천년을 기다렸다. 이제 마고의 힘을 되찾을 때다."
지리산 자락, 산골메밀 식당
루담은 새벽부터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돌조각이 어젯밤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고,
백구는 계속 산 쪽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언니, 오늘 뭔가 이상해요."
휘가 일어나며 말했다.
"나도 그래. 돌이 계속 뜨거워져."
루담은 주머니에서 돌을 꺼냈다.
푸른 빛이 평소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었다.
"언니, 심애 할매가 말씀하신 마고의 우물에 가봐야겠어요."
휘가 제안했다.
"우물에? 왜?"
"이 기운... 뭔가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오전 10시, 마고의 우물
심애 할매의 안내로 루담과 휘는 산중의 우물로 향했다.
숲길을 걷는 동안 루담은 계속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할매, 전에 여기 온 적이 있는 것 같아요."
루담이 말했다.
"그럼. 네가 어렸을 때 엄마랑 자주 왔었지."
심애 할매가 답했다.
"엄마가? 왜 여기에?"
"네 엄마도 마고의 혈통이었거든. 아직 기억 안 나니?"
루담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우물에 가까워질수록 어린 시절의 기억 조각들이 떠올랐다.
엄마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었던 기억.
우물 앞에서 엄마가 무언가를 중얼거렸던 기억.
그리고... 엄마가 사라진 그날의 기억.
마고의 우물
우물에 도착하자 휘가 눈을 크게 떴다.
"언니, 이 우물... 반응하고 있어요."
우물 주변의 풀들이 미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우물 안에서 푸른 빛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뭐야?"
루담이 놀라며 물었다.
"마고님의 기운이 깨어나고 있어요."
휘가 답했다.
루담은 우물 가장자리에 앉아 손을 담갔다.
그 순간, 강한 기억이 몰려왔다.
*"루담아, 이 우물을 기억해둬. 위험한 일이 생기면 여기로 와."*
*엄마의 목소리였다.*
*"엄마는 어디 가는 거예요?"*
*"잠깐만 갈게. 금방 돌아올 거야."*
하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으아악!"
루담은 우물에서 손을 빼며 소리쳤다.
그 순간, 우물 근처의 숲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있어요."
휘가 긴장하며 말했다.
마을, 같은 시각
마을에서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 노인이 길가에 앉아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돌이 깨어난다... 돌이 깨어난다..."
식당 단골 손님 중 하나인 박 씨가 윤성에게 말했다.
"어젯밤에 돌이 나한테 말을 걸었어요. 진짜로요."
"돌이 말을 걸었다고요?"
윤성이 놀라며 물었다.
"네. 뭔가 찾고 있다고 하던데..."
그리고 이상한 건 동네 고양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대신 산짐승들이 마을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날 저녁, 루담의 꿈
루담은 잠에 들자마자 마고를 만났다.
이번에는 더 선명했다.
"마고님, 오늘 우물에서 뭔가 느꼈어요."
루담이 말했다.
"네 어머니의 기억이 깨어나고 있구나."
마고가 답했다.
"엄마가 어디 갔는지 알아요?"
"그것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시험의 시간이야."
"시험이요?"
"이 돌을 지키되, 돌에 지배당하지 말라. 그리고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뭘 조심해야 해요?"
"검은 돌을 가진 자가 오고 있다. 그들은 네 힘을 빼앗으려 할 것이다."
## 휘의 방
같은 시각, 휘도 이상한 꿈을 꾸고 있었다.
손목에 작은 푸른 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꿈 속에서 마고가 나타났다.
"너도 선택받았구나."
"저요?"
"루담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네가 도와줘야 한다."
휘가 깨어나자 손목의 푸른 점이 실제로 있었다.
"이건... 마고의 공명이에요. 언니와 저, 둘 다 선택받은 거예요."
산 중턱, 다음 날 아침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산 중턱에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윤태화.
백암그룹에서 파견된 특수 조사 요원이었다.
그는 손에 검은 돌을 들고 있었다.
루담의 푸른 돌과는 정반대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마고의 후계자... 확실히 살아 있었군."
그는 망원경으로 산골메밀 식당을 바라봤다.
루담과 휘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검은 기운이 저들을 감지하고 있다."
윤태화의 검은 돌이 강하게 진동했다.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이제 시작이다."
식당, 오전 11시
루담과 휘는 어젯밤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니, 우리 둘 다 마고님의 선택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뭔가 불안해."
루담이 말했다.
그 순간, 백구가 갑자기 짖기 시작했다.
산 쪽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털을 곤두세웠다.
"뭔가 있어요."
휘가 긴장하며 말했다.
루담은 돌조각을 꺼냈다.
돌이 이전보다 훨씬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누군가 오고 있어요."
휘가 속삭였다.
"누가?"
"검은 기운을 가진 자요."
그들은 아직 몰랐다.
윤태화가 이미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곧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산은 조용했지만, 그 속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마고의 힘이 깨어나고 있었고,
그에 맞서는 어둠의 힘도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