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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루담의기록/감성 판타지소설,

마고에 딸들9

by midaswiz 2025. 7. 19.

9화: 검은 돌이 깨어나다


지리산 자락, 산골메밀 식당
백구는 아침부터 유난히 신경질적으로 짖어댔다. 평소 같으면 손님들이 오는 발소리에도 꼬리를 흔들었을 녀석인데, 오늘은 어딘가 불길한 기척이라도 느낀 듯 산 쪽을 향해 연신 으르렁거렸다. 루담은 백구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밀려드는 손님들로 바빠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언니, 백구가 왜 저러죠?" 윤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 녀석도 아침부터 뭐가 맘에 안 드나 보네." 루담은 애써 웃으며 대꾸했지만, 주머니 속 돌조각이 어젯밤부터 계속 뜨겁게 달아오르는 통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때, 식당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 검은색 재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는 어딘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휘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몸이 굳었다. 그의 눈에는 익숙하면서도 불길한 기운이 선명하게 보였다.

남자는 비어 있는 창가 자리에 앉으며 루담에게 미소 지었다. "국수 한 그릇 부탁드립니다. 소문이 자자해서 꼭 한번 와보고 싶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휘는 그의 눈빛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예리하게 식당 안을 훑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루담이 국수를 삶으러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남자는 무심히 식당 내부를 둘러보다 휘와 눈이 마주쳤다. 휘는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시선에 섬뜩함을 느꼈다. 그 순간, 남자의 손이 스쳐 지나간 테이블에서 아주 미세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을 휘는 분명히 감지했다.

돌의 경고
"으윽!"

주방에서 갑자기 루담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휘가 황급히 주방으로 달려가 보니, 루담은 식은땀을 흘리며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는 주머니에서 꺼낸 푸른 돌조각이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처럼 빛나고 있었다. 손바닥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언니, 괜찮으세요?" 휘가 루담의 손을 잡으려 하자 뜨거운 기운이 전해졌다.

"이 돌이... 너무 뜨거워." 루담은 고통스러운 듯 손을 웅켜쥐었다.

"이건... 언니의 힘이 돌과 공명하는 거예요. 그리고... 동시에 외부의 강한 기운과 충돌하고 있고요." 휘는 루희에게 배운 대로 루담의 팔을 붙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차가운 기운이 루담의 몸을 감싸며 돌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혀주었다.

그때, 식당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산은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품고 있었지요. 그게 다시 깨어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혹시 아는 바라도 있습니까?"

루담은 남자의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 그가 평범한 손님이 아님을 직감했다. 휘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손목에서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바로 어제 꿈속에서 마고가 경고했던 **'검은 돌을 가진 자'**였다.

심애 할매의 다급한 방문
남자가 국수를 다 먹고 식당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애 할매가 지팡이를 짚고 다급하게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걱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루담아, 루담아! 방금 검은 돌의 자손이 왔다 가지 않았느냐!"

"할매, 어떻게 아셨어요? 방금 어떤 남자 손님이 다녀갔는데..." 루담은 놀라서 물었다.

"그놈이다! 그놈이 바로 마고의 힘을 노리는 자들 중 하나다! 드디어 움직이는구나." 심애 할매는 주름진 손으로 루담의 팔을 붙잡았다. "어서 가자. 다시 마고의 우물로 가야 해. 그곳에서 더 큰 시련이 올 것이다."

루담과 휘는 심애 할매의 말에 즉시 따랐다. 백구는 식당 문을 나서는 세 사람의 뒤를 바싹 따르며 산 쪽을 향해 연신 으르렁거렸다.

마고의 우물 – 첫 번째 시련
마고의 우물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의 기운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맑았던 하늘은 삽시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거대한 바람이 숲을 휘감았다. 우물 안에서는 어제보다 훨씬 강렬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마고님의 힘이 깨어나고 있는 거야." 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우물 위로 안개처럼 희미한 형체가 떠올랐다. 루담은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어린 시절 사라졌던 엄마의 환영이었다. 엄마는 손을 뻗어 루담을 향해 무언가 속삭이는 듯했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환영은 이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때, 루담의 귓가에 마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켜야 한다, 이 힘을… 빼앗기면 안 된다."

동시에 루담의 손목에 푸른 자국이 더욱 선명해지며 온몸으로 강력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루담은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했다. 휘는 지체 없이 루담 곁으로 다가가 루희에게 배운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목에 있는 푸른 점도 강렬하게 빛나며 루담을 감싸는 보호막을 형성했다. 휘는 마고의 힘과 공명하며 루담을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윤태화의 보고
같은 시각, 지리산 중턱에 위치한 폐가에서 윤태화는 영상 보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푸른 돌과는 정반대의 검은 기운을 내뿜는 검은 돌이 쥐어져 있었다.

"백안주님, 마고의 후계자, 루담은 확실히 깨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힘의 각성 속도가 빠르고, 곁에 조력자가 있습니다. 단독 제거는 어렵습니다."

화면 속에서 서문 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획대로 2단계로 넘어간다. 곧 '2번째 돌'을 투입하라."

윤태화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재미있어지는군요."

루담의 각성, 그리고 마고의 경고
마고의 우물 앞에서, 루담은 천천히 일어섰다. 몸의 고통은 여전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어떤 '깨어남'을 느꼈다. 주머니에서 꺼낸 푸른 돌조각은 더욱 선명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 표면에서는 마치 꽃잎처럼 아름다운 문양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날 밤, 루담의 꿈속에서 마고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더 또렷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었다.

"루담아, 잘 견뎌냈다. 너는 나의 피를 이은 진정한 후계자다."

"마고님... 저는 이 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괜찮다. 시간은 너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나, 너의 곁에는 네 조력자가 있다. 그리고 기억하거라. 그 돌, 원래 다섯 개였다. 너는 아직... 하나만 가진 것이다."

마고의 마지막 말이 루담의 뇌리를 스쳤다. 다섯 개의 돌? 그렇다면 자신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인가.

산은 밤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지만, 루담과 휘, 그리고 그들을 노리는 어둠의 세력 사이에는 이미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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